(맘카페 글 옮겨옴)
눈치 없고, 생일 느린 6세 우리 아들에겐 살짝 버거웠나봐요…
그리고 저도 도와주기가 너무 버겁더라구요….
원에서 배우는 알파벳과 파닉스를 너무 힘들어해서
집에서 애 아빠랑 저랑 아이랑 이렇게 엄청 노력해서
유치원 진도 쫓아갔었어요~
그런데 이 다음에 알파벳 이름과 사운드를 붙여서 말하지 않고
알파벳 사운드만! 말하는 걸 또 어려워 하더라구요… ㅠ
(그전엔 A를 보면 ‘애애에이’라고 말하다가
이번에는 ‘애’라고 말해야 되었어요.)
이어서 단모음이 나오고, 이제 이중모음도 나온다고 하고….
대문자 소문자를 잘 구분하고, 선에 맞추어 잘 쓸 수 있어야 하고…
한고비 넘으니 큰 고비, 더 큰 고비가 찾아오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일 마치고 집에 오면 과제 봐주기도 어렵고…
제가 영어를 너무 모르기도 하고….
원에서 뭘 하는지도 잘 몰라서…
원에서 뒤쳐져서 오는 아이를 도와주기가 힘들더라구요.
집에선 저도 너무 쉬고 싶기도 하고… ㅠ
방과후까지 시키는데도 저랑 아이에겐 좀 버거웠어요….
반에서 꼴찌로라도 그냥 다니게 둘까 하다가…
승부욕 많은 아이가, 친구들보다 자기가 실력이 뒤쳐지는걸 엄청 힘들어 하더라구요.
그만두기 전에 원장님과 상담했는데, 여자 아이들과 차이는 점점 벌어지긴 할거라고…. ㅎㅎ
여자아이들 비율이 정말 높기도 했었어요~
욕심 많은 아이니 조금만 더 도와주라고 주변에서 말하긴 했는데,
그 승부욕 때문에 아이가 영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구요.
굉장히 고민하다 그냥 결단 내렸어요.
세달만에 저랑 아이는 포기하기로…… ^^;;;;
원에서 선생님들과 원장님도 아쉬워하셨어요~
힘든 고비 넘어 너무 잘 적응하고 있었다면서요.
아이 아빠도, 함께 아이 보내는 제 친구도,
아이 조부모님두요….. ㅎㅎ
그런데 그냥 저는….
속이 시원하네요~ ㅎㅎ
원에서 스트레스 받았을까
집에서 스트레스 풀어줘야 한다는 압박도 벗어났고,
뭐라도 봐줘야 하나 부담스럽던 저녁시간도 편안하고~
원복이며 교재며 원비며 조금 아깝긴 하고…
벌써 단어도 문장도 읽는 친구네 아이들도 조금은 부럽지만…
저랑 아이의 그릇은 아닌 것 같아요. ㅎ
그냥 잘 먹고, 잘 놀고 그렇게 지내려구요 ㅎ
다행히 작년에 다니던 원에 빈자리가 있어 돌아갔는데
친구들과 선생님도 기쁘게 환영해줬고,
당장 농장체험이며 놀이터놀이며 신나하더라구요.
아이가 집에 오더니
ㅇㅇ유치원은 힘들지도 않고,
공부시간에도 화장실도 맘대로 가도 된다고 하구요.
(영어 유치원에서도 화장실 못가게 하진 않았겠지만
아무래도 눈치가 좀 보이고, 영어로 말하기 힘들었나봐요)
영어유치원 보내시는 어머님들…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
원에 보내시면서 집에서도 정말 많이 챙겨주시더라구요…
영유 나와 영어 잘하는 아이들,
영어유치원 반, 엄마 노력 반인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아이 영어 학습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ㅎㅎ
잘 먹고 잘 놀고 가볍게 공부하는 일상을 가끔씩 공유할께요~
안물안궁이실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결정도 있구나 하고
카페에 털어놓아 보아요 ^^
(모두 후회할거라고 하며 너무 아쉬워하는데
저랑 아들만 속시원하고 즐겁고 있습니다… ㅎㅎ
과연 저랑 아이는 후회하게 될까요?
그냥 이렇게 계속 해맑게 즐거울까요? ㅎㅎㅎ)